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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첫 출근은 다음 날이었는데, 이사가 얼추 끝나자마자 브리핑을 한다는 공지가 돌았다. 브리핑은 필수가 아니며, 참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칠판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함께였다. 대부분에게는 익숙하고, 누구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문자메시지. 그 짧은 메시지에 많은 사람이 2층 회의실로 모였다. 저녁 열 시. 처음 만나기엔 늦은 시간이었다.


 어수선한 공기 사이에 실장들이 들어왔다. 아직은 여기 모인 이들의 유일한 접점이 되는 두 사람은, 서로 어떤 얘기를 나누다 회의실 앞으로 나갔다. 가번, 앉아 있어요. 중앙에 선 것은 검은 머리의 실장이었다. 그는 무엇을 말해야 될 지 모르는 것처럼 한동안 제게 닿은 시선들을 마주했다가, 그... 하고 작게 입을 뗐다. 


  " 브리핑은 보통 이렇게 밤에 해요. 아니, 보통은 안 하고, 오늘만. 공지가 있으면 오늘처럼 문자로 가거나, 여기 칠판에 붙을 거예요."


 인사조차 잊은 공지 아닌 공지를 뱉으며, 남자는 칠판을 톡톡 두드렸다. 시선이 흩어진다. 어떤 이 능력자를, 어떤 이 종족을.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는 것처럼 말이 끊어졌다가,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돌아왔다.


 " 그, 능력을 쓰거나 변신을 하는 건 일 층을 제외하고 해 주세요. 지상 2층과 지하 1층은 인접한 만큼 조심해 주시고. "


 이어지는 말은 평범한 주의사항이었다. 싸우시지 마시고, 사고 치지 마시고. 밖에서 능력 쓰실 땐 꼭, 허가받으시고. 의뢰는 여러분 적응하신 후에 추려서 가져올게요, 실장들 이름, 전화번호. 요약 아닌 요약을 하며 간단히 적은 글씨는 말도 안 되게 깔끔했다. 마지막도 그랬다. 


"그리고, 와 줘서 고맙습니다. "


 진심인지조차 의심될 만큼 기계 같은 말끝엔 아무것도 안 붙었다. 군더더기 없이 펜 뚜껑을 닫은 그는 칠판 앞에 펜을 내려놨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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